뱀이 죽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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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분노에 떨리는 차가운 음성이 어둠을 가르면 울려 퍼졌다. 토끼가 들고 있는 촛불 아래, 원으로 에워싼 일곱 개의 가면들. 그리고 제단 위, 벗겨진 뱀 가면. 가슴에 단검이 꽂힌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교주. 그는 전 국민이 아는 아역배우 출신 인기 연예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던 '정혁'이었다. 일곱 개의 가면 중 호랑이 가면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 분의 뜻을 어지럽힌 배신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문은 안에서 잠겨있었다. 즉, 너희 네 명 중 하나가 범인이겠지. 범인을 내놓지 않는다면, 모두 가면을 벗게 될 것이다."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약점이 들켜 그들에게 끌려다닐 것이 분명하다. 살아남기 위해서 교주를 죽인 진짜 범인을 찾아야 한다. - 달빛조차 닿지 않는 도심의 깊숙한 지하. 매년 12월 12일에는 잊힌 신을 숭배하는 비밀스러운 제단에 짐승 가면을 쓴 12명이 모인다. 교주가 직접 점지한 네 개의 가면들은 찬양과 절대적인 순종 속에서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그 분'의 은혜를 마주한다. 의식을 마친 가면 속 사람들은 마치 미래의 정치와 경제, 문화의 흐름을 예견한 듯 움직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교주인 뱀 가면과, 점지된 용·쥐·닭·돼지 가면이 예배실에 들어섰다. 문은 굳게 닫히고, 올해도 여느 때와 같이 예배가 시작되는 줄로만 알았다. 예배가 끝나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모든 촛불이 꺼진 암흑 속 예배실에서, 진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상함을 감지한 나머지 일곱 가면은 긴 고민 끝 결국 잠긴 문을 열었다. 뱀이 죽은 축제 (畜祭) 과연 그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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