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과거. 바로 옆 마을과도 걸어서 두 시간이 걸리는 깊숙한 마을 달영리. 어느 가을 저녁 가희, 나진, 다혁, 라혜, 마윤은 마을 뒤편에 있는 영악산을 오르고 있었다. 가희의 연락으로 모인 것이었지만, 막상 가희에게 연락을 부탁한 이는 따로 있는 듯했다. 산에 오르니 어느새 저녁이 가까워져 있었다. 산 중턱의 나무를 보고 옛 기억에 잠기기도 잠시, 그 밑에는 무언가 사람 형체가 있었다. 입과 눈과 손과 발이 붕대에 묶인 채 누워있는 모습. 그 주위를 따라 흰 밥과 검은 재가 둥글게 뿌려져 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보니 그것은...... 육철의 시체였다. 우리는 9년 전 '그날' 이후로 처음 모였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혹시... '그날' 때문에? .......기나긴 저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