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주에서 날아든 고차원 정보 결정. 탐정운석 그 힘은 세계 인구의 2할을 불태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마치 천상의 불꽃을 인간에게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처럼, 운석이 흩뿌린 미스터리 입자는 지구를 송두리째 뒤바꿨다. 신화와 전승 속의 존재가 되살아나고, 유전에선 원유 대신 정보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가운데 가장 위험적인 건, 괴물로 변해 인간을 덮치는 미제사건이었다. 이와 맞설 수 있는 건 추리력을 각성한 탐정뿐. 탐정의 존재로 인해 신세계의 질서는 유지된다. 그것이 이 대탐정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상식. 문제를 꼽자면, 지위와 명예를 손에 넣은 탐정이 초심을 잊고 서서히 타락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만한 탐정에게 내리는 경고. 만용의 노래에 홀린 뱃사람을 기다리는 파국. 미지의 해역을 항해하는 이에겐 심판의 파도를. 신격(神格) 추리 게임, 미스터리 로얄. 수수께끼의 바다에 가라앉는 건, 바로 당신이다. 추리력은 인류가 마주한 모든 난제의 열쇠. 그 어떤 수수께끼도 탐정의 추리를 벗어날 수 없다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믿음은 곧 시대정신이 되었고, 가진 자들은 앞다퉈사람들의 믿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오랜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범지구적 탐정 컨소시엄이 결성되었다. 그들의 첫 번째 계획은 단순했다. 수많은 탐정을 집어삼킨 대서양 최악의 악몽. 버뮤다 삼각지대를 정복하고, 그 과정을 전 세계에 공개하는 것. "인간이 정보하지 못할 미지는 없다." 그 구호 아래, 각국의 명탐정이 참전을 선언했다. 그들을 실어나르는 배는 비유하자면 현대에 되살아난 아르고호. 탐정 전용 초호화 크루즈, <루킹 글라스 오브 디 오션> 이었다. 탐정들을 태운 배는 전 세계가 주목 속에서 출항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예상 밖의 사건이었다. 피바다가 된 함교. 항해를 책임지는 선원 전원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고나 우발적인 살인 따위가 아니다. 살의를 품고 있던 자가 저지른 명백한 계획 살인. "현재 크루즈 내부에서 밀실 살인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승객 여러분 가운데 탐정이 계신다면 승무원에게 연락 바랍니다." 닥터콜 대신 선내에 울려 퍼지는 디텍티브 콜. 다행해도 크루즈의 탑승객은 전원이 탐정이었다. 이제 명탐정들의 빈틈없는 추리로 범인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굉음과 함계 선체가 기울기 시작했다. 크루즈를 옭아매는 거대한 두족류의 다리. 버뮤다 삼각지대에 서식하는 바다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 사건을 해결하고 추리력을 수거해 발전소 터빈을 돌리듯. 사건이 발하는 미스터리 입자를 먹는 생물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바다 괴물을 떼어내기 위해선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제때 범인을 지목하지 못하면 승객 전원이 사망한다. 제비뽑기로 사건 해결을 맡게 된 명탐정. 크루즈에 탄 이들의 운명은 그 손에 달렸다. 살인범과 함께 망망대해에 갇힌 탐정. 닿지 않는 메이데이. 마의 해역에 부는 바람은 순풍일까, 아니면 최후의 속삭임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