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동으로 사라진 시체와 경성 데모크라시

청색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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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과 다투고 말았다. 개운치 않은 기분을 품은 채, 혼자 홍대 거리를 걷는다. 문득, 샛길이 있음에 눈이 발걸음을 멈췄다. 『연희로〇길』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오늘은 기분 전환도 할 겸 처음으로 그 길을 걸어 본다. 거리를 활기차게 만들고 있는 매력적인 가게들을 보면서 더 샛길로 접어들었더니, 작고 예쁜 3층 빌딩. 그 1층에 있는 어느 찻집에 눈길이 머물렀다. 『청색 찻집 Oz』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라고 반기는 카운터의 점원. 천천히 보시고 주문해 주세요, 하며 내민 메뉴판을 내려다본다. 《플라잉 몽키》 홍차 페이지 구석에 적힌 명칭에 이끌렸다. 확실히,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일행을 멀리까지 데려다 준 날개 달린 원숭이였던가? 지금의 개운치 않은 기분도 멀리 날려 주지 않을까 싶어 그것을 주문한다. 원하시는 자리에 앉으세요, 라고 하기에, 중앙에 있는 자리에 앉아 실내를 둘러본다. 파랑으로 통일된 공간이 안정감을 주면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손님이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랑 다투고 오셨나요?」 물을 끓이면서 말을 걸어오는 점원에게 놀란다. 「앗, 죄송합니다! 그, 어릴 적부터 사람에게서 풍기는 오라라고 할까요?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 같은 것이 보이는 체질이라, 손님을 감싸고 있는 색깔이 조금 불온한 색깔이어서…… 죄송합니다……」 오라……라니, 점쟁이 같은 건가. 「아뇨, 별로. 괜찮습니다.」라면서 말끝을 흐리긴 했지만, 맞춘 것은 대단하다. 「사죄의 의미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플라잉 몽키』를 주문해 주신 손님께는 옵션 서비스가 있답니다. 아, 이것이 찻잎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에서 나온 점원은, 나에게 다가와 찻잎이 담긴 접시를 내민다. 달콤한 듯한, 그리고 상쾌함도 느껴지는 향이 콧속을 간지럽혔다. 그 찻잎을 가지고 카운터로 돌아가는 점원이 설명을 시작한다. 「등장인물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이야기를 추상 체험할 수 있는 게임 같은 건데요. 실제로 그 현장에 발을 들인 것 같은 리얼리티가 있는, 뭐라고 할까, VR의 진화판? 같은 거네요. 자세한 내용은 기업 비밀이지만요. 살짝 기분 전환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기분 전환이라는 말이, 마치 점원이 나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망설여졌지만, 다툼 탓에 오늘 일정은 붕 떠 버렸다. 「모처럼이니까」라며 체험해 보기로 했다. 방긋 웃는 점원이, 그럼 프롤로그를, 하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례지만, 다름 이라는 연결 고리로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대는 개화기, 정확한 연월일은 적혀 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저녁 6시에는 주변이 어두워진다고 적혀 있다는 점에서 초가을 때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장소는 이국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인천항.」 프롤로그 설명치고는, 적혀 있지 않다던가 그런 것 같다던가, 꽤나 대충대충인 이야기지 싶다. 「어느 독립가옥에서 일어났던 부부 싸움. 그것이 점차 고조되면서, 이윽고 남편이 스스로 배를 찔러 자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놀란 아내가 이웃 사람들을 불러 그 자리로 돌아왔지만, 어째서인지, 남편의 시체가 사라진 것입니다! 마침 정확히 저녁 6시를 알리는 절의 종소리가 들렸던 때였습니다. 여기에 더 이상한 것은, 그 6시의 종을 울린 절의 동자승이, 방금 전 사라진 남편을 본당에서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그 남편, 배에 칼이 찔린 상태로 죽어 있었습니다! 집에서 그 절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도 5분은 걸리는 거리입니다. 즉, 시체가 순간 이동을 했다는 뜻이지요.」 시체가 절로 순간 이동했다고? 머릿속으로 필사적으로 그 정경을 그려 본다. 「 그리고, 그 시체 옆에는 수수께끼의 여성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경찰은 현장 상황으로 보아, 남편을 살해한 범인으로서 이 여성을 체포했던 것입니다. 방금 전의 순간 이동 이야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이네요. 게다가 불행한 것은 이 수수께끼의 여성, 기억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증언도 반론도 하지 못하고 수감되어 버린 그녀는, 가엾게도, 평생 자신이 누구인지도 떠올리지 못한 채 그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점원이 내 옆에 있었고, 봉투를 눈앞의 책상에 놓았다. 「당신께서 이 수수께끼의 여성이 되어, 그녀를 대신하여 무죄를 증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하튼, 그녀는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인물이니까요.」 과연, 그렇다는 것은 그 수수께끼의 여성이 결백하다는 것인가? 이른바 추리 게임 같은 것인가? 조금 걱정이 되어 물어본다. 「만약, 무죄를 증명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데요?」 「그때는 돌아오지 못하게 될 뿐입니다.」 「네?」 「네? ……아아아아,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시대적 배경이나 사상 등은 개화기에 맞춰져 있지만, 플레이하기 쉽도록 현대적으로 어레인지되어 있고 가이드 기능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손님들은 무사히 돌아오셨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아하하하하하!」 점원의 가식적인 웃음과 어쩐지 꺼림칙한 대답이 신경 쓰였지만, 프롤로그를 듣고 흥미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뻔뻔한 미소를 짓는 점원을 훑기며 봉투를 열어 안을 본다. 갑자기, 눈앞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고, 점점 시야가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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